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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예술은 자연보다 아름답다

조성철


김홍도, 백매(白梅), 지본담채, 80.2×51.3cmⓒ 간송미술문화재단

간송문화전 4부 : 매.난.국.죽

시작은 상당히 우울했다. 지난날의 향수가 아직 가시지 않았기에, 이 공간에 다시 들어오는 것 자체가 내게는 큰 도전이었다. 적적할 것 같아서 초등학교 때 이후로 써본 적 없는 오디오 해설기도 빌렸다. 물론 3개쯤 듣다가 귀에서 빼버리긴 했지만, 전시에 집중을 시작하게 해준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맘에 드는 전시회에 들어오면 으레 취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이성이 무뎌지고, 감성으로 설명해야 하는 부분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좋은 미술관은 미술작품 뿐만 아니라 글, 그리고 음악에 집중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을 했는데, 주관성이 가득한 작품 해설과 전시 후반부에 위치한 영상에서 작게나마 들려오는 거문고 소리는 전시가 진행될수록 반항기가 담긴 취기를 더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주위에서 자주 보기 힘든 매화를 제외하고라도, 난은 항상 교장선생님이 매일 분무기로 물을 세심하게 주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였고, 국화는 군대에서 잡초에 불과하며, 대나무는 홍콩에서 건물 지을 때 쓰는 값싼 보조재일 뿐이었다. 하지만 작품들 속에 있는 매난국죽은 달랐다. 그들은 군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연약한 우리에게 굳센 모습이란 어떤 것인지 스스로 보여주었다. 그 시대 선비들은 매난국죽에서 군자의 모습을 보고, 4군자라고 일컬었다. 예술은 객체의 주체화, 주체의 객체화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시적 은유로 모든 예술이 시작한다.

예술은 자연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오늘 실감했다.화가와 자연의 교감 속에 체로 걸러져서 내려오는 것이 미술작품이고,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시적 감상이 더해져서 순수한 자연에는 부여되지 않은 수없이 많은 의미들이 예술작품에는 담겨지기 때문이다. 선비들은 4군자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다시 한 번 다지는 계기로 삼지 않았을까. 가녀린 몸으로 계절의 풍파와 역경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며 선비들은 이들을 군자라고 칭송했고, 매난국죽의 모습을 닮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흔하디 흔한 매난국죽에 군자의 의미를 담았더니 한결 더 아름다운 것처럼, 지나갔고 앞으로도 많이 지나갈 사람 중에 하나임을 알지만, 의미를 두기로 하니 훨씬 더 아름답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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